세계태권도연맹(WT)이 주최하는 첫 세계태권도버추얼선수권대회가 11월 16일 싱가포르 OCBC 아레나 스포츠 허브에서 막을 올리며 태권도의 디지털 융합 시대를 열었다. 이번 대회는 태권도의 영역을 가상현실로 확장하며, 글로벌 성장을 이끄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버추얼 태권도는 리프랙트 테크놀로지스의 모션 트래킹 AXIS 시스템과 가상현실(VR) 헤드셋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가상 상대와 대결을 펼치는 새로운 형태의 태권도 경기다. 격투 게임을 연상케 하는 방식으로, 제한 시간 동안 상대의 파워 게이지를 완전히 소진시키거나 남은 게이지가 더 많은 선수가 승리한다.
경기는 13∼15세 유소년 혼성부, 16∼35세 청년 남녀 개인전 및 혼성부, 36세 이상 성인 혼성부까지 총 3개 연령대, 5개 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특히 남녀 구분 없이 무작위로 대진이 짜이는 혼성 개인전은 기존 태권도와 차별화된 방식으로 새로운 재미와 독창적 매력을 선사한다.
개회식에는 WT 조정원 총재를 비롯해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장, 세르미앙 응 IOC 위원 등 체육계와 정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버추얼 태권도 세계대회의 시작을 축하했다.
조정원 총재는 "디지털 기술과 전통 태권도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도전과 경쟁의 장을 마련했다"며, 이번 대회가 태권도의 디지털 융합 스포츠 시대를 준비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IOC는 2025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번째 e스포츠 올림픽 게임을 개최할 예정이며, 태권도가 정식 종목으로 포함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대회 첫날에는 주니어 혼성 개인전(13∼15세)과 청년 혼성 개인전(16∼35세)이 진행됐다. 청년 혼성 부문에서는 필리핀의 자이카 안젤리카 산티아고(Zyka Angelica Santiago)가 싱가포르의 저스틴 페(Justin Peh)를 2:0으로 꺾고 우승하며 주목받았다. 한국의 엄소현(상지여고)은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편 이번 대회는 이틀간 진행되며, 23개국 120여 명의 선수와 개인중립자격선수(AIN), 난민팀이 출전해 디지털 기술과 스포츠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장을 선보인다. 버추얼 태권도는 태권도가 단순한 전통 스포츠를 넘어 디지털 시대에 맞는 혁신적 스포츠로 자리 잡아가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