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1)
태권도를 통해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단순히 태권도를 전도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태권도라는 교육과 문화의 장 안에서 하나님의 나라를 경험하게 하고, 사람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워 가는 선교적 사역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총체적 태권도선교(Holistic Taekwondo Mission)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태권도장을 어떤 선교적 공간으로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신학적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태권도선교는 태권도를 사람들을 교회로 인도하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으로 이해하였습니다. 태권도는 사람들을 모으는 역할을 하고, 실제 복음의 선포와 신앙형성은 지역교회가 담당하는 구조였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태권도장은 전도의 접촉점(contact point)으로 기능하였으며, 신앙공동체는 오직 교회 안에서만 형성되는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이러한 접근은 일정한 선교적 열매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태권도 자체를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가 이루어지는 삶의 현장으로 이해하는 데까지는 발전하지 못하였습니다. 그 결과 태권도선교는 일반 복음선교를 돕는 특정선교의 한 분야로 인식되었고, 태권도 선교사의 정체성 역시 교회의 부속적 사역자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태권도선교의 신학적 토대를 형성하는 데 한계를 가져왔으며, 한국교회 안에서 태권도선교의 가치와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충분히 확산시키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Missio Dei의 관점에서 보면 하나님께서는 교회 안에서만 일하시는 분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삶의 영역 가운데 먼저 역사하시는 분이십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선교를 소유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공동체입니다. 따라서 태권도장 역시 교회가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중요한 삶의 현장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총체적 태권도선교는 태권도장을 단순한 체육시설이나 교육기관으로 이해하지 않습니다. 태권도장은 복음이 선포되고,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실천되며, 사람들이 제자로 형성되어 가는 선교적 공간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태권도장은 지역교회를 대체하는 교회(ecclesia)가 아닙니다.
여기에서 교회와 신앙공동체를 구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회는 말씀의 선포와 성례, 권징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세우신 언약공동체입니다. 반면 본 연구에서 사용하는 신앙공동체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사랑과 섬김, 말씀과 기도, 제자훈련과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공동체 안에서 지속적으로 구현되는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모든 교회는 신앙공동체이지만, 신앙공동체적 특성을 구현하는 모든 공동체가 곧 교회인 것은 아닙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 연구는 신앙공동체성(Faith Community Identity) 이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신앙공동체성이란, 성령의 역사 가운데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공동체가 하나님 나라의 가치와 삶을 지속적으로 구현해 가는 공동체적 본질과 특성을 말합니다. 곧 사랑과 섬김, 용서와 화해, 말씀의 가르침, 기도, 제자훈련, 그리스도 중심의 관계 등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공동체 안에서 지속적으로 구현되는 공동체적 특성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신학적 이해 위에서 총체적 태권도선교는 태권도장을 신앙공동체를 지향하는 전이공동체(Transitional Community) 로 이해합니다. 여기에서 전이공동체란 세속적 공동체에서 교회공동체로, 비신앙에서 제자도로, 하나님 나라의 삶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선교적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따라서 전이공동체는 신앙공동체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 신앙공동체를 향하여 형성되어 가는 과정적 공동체입니다.
전이공동체는 아직 가시적인 교회도 아니며 완전한 신앙공동체도 아닙니다. 그러나 전이공동체는 처음부터 신앙공동체성을 구현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공동체 안에는 복음의 선포와 사랑, 섬김과 용서, 기도와 말씀, 제자훈련과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실제로 경험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신앙공동체성을 통하여 수련자들은 복음을 삶 속에서 경험하고 점차 그리스도의 제자로 성장하며 지역교회의 신앙공동체 안으로 연결됩니다.
이 과정에서 태권도의 다섯 가지 핵심 가치인 예의, 인내, 용기, 정의, 봉사는 단순한 인성교육의 덕목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 가치들은 성경적 가치로 재해석되어 공동체 안에서 반복적으로 실천되고 훈련됩니다. 태권도 수련은 기술교육을 넘어 하나님 나라의 삶을 배우는 제자훈련의 과정이 됩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인간의 프로그램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신앙의 형성은 말씀과 성령의 역사 가운데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성령께서 역사하실 수 있는 복음적 환경을 조성하고,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며, 사람들을 제자로 양육하는 책임은 태권도 선교사에게 있습니다. 그러므로 태권도 선교사는 단순한 기술지도자가 아니라 공동체를 세우는 선교적 지도자이며, 복음과 삶을 통합하는 영적 지도자입니다.
따라서 태권도장을 신앙공동체를 지향하는 전이공동체로 세워 가는 일은 총체적 태권도선교의 핵심 과제입니다. 이것은 단지 태권도선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스포츠선교와 전문인선교 전반에 새로운 선교 패러다임을 제시합니다. 지금까지 특정선교가 일반 복음선교를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이해되었다면, 총체적 태권도선교는 전문 영역 자체가 하나님의 선교가 이루어지는 일차적 선교 현장이 될 수 있음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결국 총체적 태권도선교는 태권도를 이용하여 사람들을 교회로 보내는 사역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그것은 태권도라는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 나라를 경험하게 하고, 신앙공동체성을 구현하는 전이공동체를 통해 사람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세우며, 그들이 지역교회의 신앙공동체 안에서 성숙한 제자로 살아가도록 돕는 선교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태권도장의 전이공동체성은 총체적 태권도선교의 출발점이며, 하나님 나라를 향한 제자형성의 중요한 선교적 토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