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처음 이 땅에 왔을 때, 예수님을 전하러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복음을 설명해야 했고, 말씀을 가르쳐야 했으며, 무언가를 해야 하는 사람으로 이 땅에 섰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늘 앞을 보며 바쁘게 걸어왔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사역을 나누며 어떻게 하면 더 잘 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면서 하루를 채워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비가 오던 오후였습니다. 비를 피하지 못한 아이들이 젖은 슬리퍼를 끌며 골목을 뛰어다녔고, 옷은 흙투성이였지만 웃음은 이유 없이 터져 나왔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저는 갑자기 이런 질문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지금 예수님은 어디에 계실까?"
그분은 아마 가장 큰 교회 안에 계시지 않으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잘 준비된 예배의 중심에 반드시 서 계시지도 않으셨을 것입니다. 오히려 비에 젖은 아이들 곁에서 함께 발을 적시며, 그 아이들의 속도에 맞추어 천천히 걸어가고 계셨을 것이라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설교하지 않으시고 훈계하지 않으시며, 그저 함께 웃어주시는 모습으로 말입니다.
선교를 하며 제가 가장 자주 빠지는 착각은 제가 예수님을 데려가고 있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저는 이 고백 앞에서 자주 멈추게 됩니다. 주님, 이미 그곳에 계셨군요.
지프니 안에서 하루 일당을 걱정하는 아버지 곁에도, 아픈 아이를 안고 말없이 기도하는 어머니 곁에도, 결과가 보이지 않아 홀로 무너지는 선교사의 밤에도 예수님은 이미 와 계셨습니다. 우리가 부르기 전부터, 우리가 설명하기 전부터 말입니다.
어느 날은 기도가 나오지 않았고, 말씀을 읽어도 마음에 닿지 않았습니다. 그날 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외롭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대답 대신 곁에 앉아 주시는 분이시라는 것을 말입니다.
필리핀의 길을 걸으며 저는 점점 확신하게 됩니다. 예수님은 성공한 사역의 중심보다, 지금도 흔들리는 삶의 가장자리에 더 자주 서 계신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예수님을 전하려 하기보다, 그분께서 이미 걷고 계신 길을 조심스럽게 따라 걷고 싶어졌습니다. 앞서가지도 뒤처지지도 않고, 그저 같은 속도로 동행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선교란 새로운 길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미 예수님께서 남겨 두신 발자국을 발견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예수님은 필리핀의 길을 말없이 걷고 계시고, 저는 그 길 위에서 조용히 다시 고백합니다.
주님, 제가 아니라 주님께서 이 땅의 선교사이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