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섭 선교사 “시련을 건너며 어른이 되어가는 길”
누구에게나 삶에 원치 않는 고통이 찾아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예상하지 못한 실패, 말 한마디로 틀어진 관계, 생각해본 적도 없는 병이나 갑작스러운 경제적 어려움까지… 그 어떤 사람도 이런 것들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합니다.
우리는 늘 안정과 평온이 지속되기를 바라지만, 삶은 우리를 괴로운 시절로 데려갑니다. 저는 인생의 차이가 바로 이 지점에서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고통이 왔을 때, 우리는 어떻게 견디고 어떻게 버티며, 어떻게 다시 일어서는가, 이 지점에서 많은 사람들은 무너져버립니다 감당할 수 없는 충격에 숨고 싶어 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 합니다. 삶이 주는 불협화음 앞에서 재기의 힘을 잃어버린 채 그 자리에 멈춰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또 어떤 사람들은 ‘시련의 구간’을 끝까지 걸어냅니다. 오늘이 지옥 같아도, 내일이 보이지 않아도, 길 끝에 반드시 출구가 있으리라 믿으며 한 걸음, 또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시련이라는 것은 대부분 준비되지 않은 순간 찾아옵니다. 그렇기에 중요한 것은 ‘완벽한 준비’가 아니라 그 상황 앞에서 정신을 붙잡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는 일입니다.
제가 배운 첫 번째 지혜는 바로 이것입니다. 시련이 왔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신을 깨우는 일입니디. 그리고 가능한 모든 자원을 점검하고, 내가 쓸 수 있는 모든 힘을 쏟아 문제와 마주 서는 것입니다.
만약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그때 필요한 것은 현실을 인정하는 인내의 신앙입니다. 그 인내로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내일에는 내일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시지프스가 끝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듯, 나에게 주어진 하루 분량의 짐을 묵묵히 들어 올립니다.
관건은 바로 “매일 조금씩”하는 것입니다. 오늘의 몫을 했으면, 마음을 문제의 노예가 되게 하지 말고 자신에게 충전의 시간을 주는 것입니다. 몸을 움직이고, 글을 쓰고, 기도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내 영혼이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해야 합니다. 이것은 인간이 무너지는 순간일수록 필요한 하나님이 주신 쉼의 영성입니다.
선교지에서도 같은 경험을 합니다. 사역은 순조로운 날보다 힘겨운 날이 더 많고, 미래는 불투명하며, 도움은 부족하고, 간혹 마음이 부서질 만큼 외롭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쓰러지고 싶은 날에도 하나님은 조용히 말씀하십니다.
“얘야, 오늘 할 수 있는 것만 하렴. 나머지는 내가 감당하마.”
우리가 걸어가는 시련의 길은 사실 우리가 혼자 감당하는 길이 아닙니다. 우리보다 앞서 그 길을 걸으신 주님이 흔적을 남겨두신 길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걸음만 옮기면 하나님은 길을 만들어 가십니다.
제가 본 모든 성숙한 사람들은 시련을 ‘정면으로 직시’하는 용기를 가졌습니다. 자기기만을 하지 않고, 고통을 부정하지 않고, 단번에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뒤 매일 조금씩 전진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힘겨웠던 계절이 끝났을 때, 그들은 이전보다 단단해져 있었습니다. 마치 뜨거운 불에 담금질된 쇠처럼, 한 시절을 건너며 하나님이 만들어주신 새로운 자신을 만난 것입니다.
삶의 시련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그 시련을 통과하며 한 사람이 ‘어른’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신앙인은 그 시간을 오직 버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을 붙들고 건너갑니다. 그 길 끝에서 우리는 깨닫습니다. 시련은 우리를 부수기 위해 아니라, 우리를 빚기 위해 왔다는 사실을.